> 먼저 체질에 대한 의견부터 말씀드리지요. 체질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
말이긴 하지만 사람의 체질을 정확히 알기란 쉽지가 않습니다. 특히 한의학에서 쓰는 사
상체질은 인간을 네가지 체질 유형으로 구분하여 태양인, 태음인, 소양인, 소음인으로
나누는데, 각각 신체의 형상이나 장부의 기능, 성품, 일정한 동질의 자극에 대한 개별적
인 반응 양상의 차이 등이 체질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며, 그에 따
라 음식 섭생이나 약물의 사용에서도 체질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.
엄밀하게 말하면 지구상의 60억 인구 중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으므로 제각기 다른 관
점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가
장 보편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4가지 그룹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자는 것이 현재 우
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상체질론입니다. 간단한 예를 들면 호랑이의 성품을 가진 사람
은 육식을 좋아하고 그 성질은 사납고 용맹스러울 것이며 사슴의 성품을 가진 사람은 채
식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그 성질은 겁이 많고 온순할 것입니다. 그런데 호랑이에게
육식은 콜레스테롤이 많아 몸에 좋지 않으니 채식을 하라고 하고, 사슴에게 풀만 먹으
면 영양실조에 걸리니 고기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과연 호랑이나 사슴에게
이롭겠습니까? 각자 타고난 성품대로 섭생을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
다는 것입니다. 최근에는 이를 더 세분해서 8체질론이나 64체질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
있지만 모두가 다 4체질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일 뿐 그 뿌리는 역시 사상체질
론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.
그런데 인체에 있어서 정확한 체질감별이 어려운 것은 그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여러가
지 변수들이 매우 복잡 다양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.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장과정에
서 가정환경이나 학교생활을 통해서 교육 훈련 통제 등으로 인간 고유의 특징적인 본성
이 잠재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쉽게 실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. 본성이 변하지는 않
는다고 하여도 대하는 사람이나 때와 장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기
때문에 체질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. 그런 까닭에 일반인들은 체
질론이나 체질 진단 결과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떻든 간에 실제적으로 체
질개념은 환자의 건강을 유지하고 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매우 의미 있는 것
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. 그러므로 보다 정확한 체질 진단을 위해서는 검사자의 풍부한
경험과 직관 능력이 각별히 요구되는 것이며 오진을 줄이기 위해서는 검사자와 피검자
관계나 검사 방법, 검사회수 등이 필요충분한 조건이면 더 없이 좋을 것입니다.
괜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. 체질을 정확히 감별하는 방법은 위에서 말한대로 여러가
지 검사방법을 시도해 오차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입니다. 최근에 도입
된 컴퓨터진단방식이란 여러가지의 설문유형을 분석해 최대공약수를 찾아 진단하는 것으
로서 그 어려운 체질진단법을 정형화시켜 놓은 공로는 인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100%
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. 끝으로 귀하의 체질에 관해 물어오셨는데 보지 않고 말
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겠으나 귀하의 상담내용만으로 보아서는 거의 소양인이 틀림없을
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. 이 말은 그냥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.
